에스프레소, 핸드드립 필터, 콜드브루와 같은 다양한 추출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변수들은 추출량, 수율, 전체 추출 시간, 물 온도, 분쇄도 등이 포함된다.
이런 변수가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분쇄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다. 가장 알맞은 분쇄도를 선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최고 품질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커피 전문가들이 에스프레소부터 V60까지 여러 추출방법에 대해 다양한 분쇄 도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고, 이론적으로 분쇄도를 다르게 하여 커피를 추출할 경우 새로운 맛과 향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제법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나오는데, 분쇄도와 추출 방법 사이의 상관관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Chahan Yeretzein 교수와 Scott Rao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분쇄도 이해하기
대부분 커피 그라인더(상업용과 가정용 모두)는 다양한 분쇄 크기를 설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분쇄 크기는 분쇄된 커피의 각 입자 크기를 나타낸다.
스페셜티 커피에서 “분쇄도”는 커피를 얼마나 거칠게 혹은 곱게 갈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매우 가는 커피가 필요하지만, 프렌치 프레스로 추출할 때는 훨씬 더 거칠게 갈린 커피가 적합하다.
분쇄도와 추출 방법의 관계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달라지나 대체적으로 분쇄된 커피와 추출 시 사용되는 물과의 접촉시간이 가장 큰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분쇄도가 거칠고 굵을수록 커피 입자 표면적 총합이 작기 때문에 추출 시간을 길게 늘릴수록 커피의 모든 맛과 향을 추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진다.
반면 가늘고 고울수록 표면적 총합이 넓어지기 때문에 더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피가 과도하게 추출되어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에스프레소의 추출 시간은 일반적으로 25~40초인 반면, 브루잉필터 커피는 3~4분이 걸린다.
그러나, 어떤 추출방법을 사용하든 (액체에 담가 적시는) 침지와 (거름종이나 여과기를 사용하는) 여과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지고 2018년 World Brewers Cup 챔피언 Emi Fukahori가 사용하는 GINA처럼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침지 추출방법을 사용하면, 분쇄된 커피는 추출 물과 완전히 접촉하게 된다. 이로 인해 더 개선된 입맛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여과 방식을 사용하면 추출 물이 분쇄된 커피의 바닥을 통과하기 때문에 추출 시간 동안 완전히 접촉되지 않아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분쇄도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나?
혁신은 스페셜티 커피의 필수적인 부분이나,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추출 방법에 하나의 분쇄도를 사용하는 생각에는 매번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으며, 특히 에스프레소의 경우 더욱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 전 세계 많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에 아주 미세한 분쇄도를 사용한다.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을 교육할 때 ‘모래와 자갈’이라는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모래와 자갈이 담긴 두 개의 양동에 물을 부으면 물이 채워지는 속도가 달라진다. 자갈 사이의 공간이 모래 사이 공간보다 크기 때문에 물이 더 빨리 채워진다.
에스프레소 추출 시 분쇄도에도 같은 비유를 적용할 수 있다. 분쇄도가 미세할수록 물이 퍽을 통과하는 속도가 더 느린 반면, 거칠게 분쇄된 커피는 자갈처럼 물이 빨리 통과한다.
그러나 너무 미세한 커피는 채널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분쇄 크기가 너무 곱거나 분포가 고르지 않아 물이 퍽을 통과할 때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를 찾아 분쇄된 커피의 일부가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이 추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결과적으로 과소 추출된 커피와 과잉 추출된 커피가 모두 섞이게 된다.
2020년 오리건 대학교 화학과 Christopher Hendon 교수는 ‘에스프레소의 체계적인 개선:수학적 모델링과 실험을 통한 인사이트’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Christopher 팀은 커피가 가진 기본적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낮은 용량, 거친 분쇄도, 훨씬 짧은 추출 시간 등 몇 가지 비 전통적인 변수를 사용하여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였다.
Scott Rao는 커피 컨설턴트이자 작가이다. 그는 이 연구가 최근 자료이지만, 일부 바리스타들은 몇 년 전부터 비슷한 추출 기술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allonge(롱고라고도 하는)는 세계 일부 지역의 커피숍에서는 인기 있는 음료입니다. 2010년 캐나다 쿼벡주 몬트리올에 한 카페를 열었을 때 allonge를 메뉴에 포함하였습니다. 150ml의 에스프레소 샷입니다. 몬트리올의 많은 커피숍에서는 allonge를 만들 때 에스프레소 샷과 같은 분쇄도를 설정해 사용하나 더 오래 추출합니다. 분쇄도를 다르게 조정한 별도의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커피와 물의 비율은 1:5로 맞추고 30~35초 사이에 추출합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에스프레소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1:2로 추출하여 고농축 음료가 된다.
“더 가벼운 로스팅 프로파일을 가진 이 추출 방식은 과일과 와인 같은 풍미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Chahan Yeretzian 교수는 취리히 응용과학대학교의 커피 엑셀런스 센터 책임자다. 그는 Christoper 교수의 연구가 통찰력 있는 연구이나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관행을 바꾸는 영감을 주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포터필터 내부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더 미세한 분쇄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더 많은 저항을 만들어 추출을 제대로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미세할수록 추출 수율이 높아지나 궁극적으로는 최대 추출 수율은 정해져 있다. 너무 미세하게 하면 저항이 너무 커져서 물의 유속이 감소하고 채널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혁신의 위한 여지가 있을까?
Scott Rao는 분쇄도와 추출에 대해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종류의 추출을 위한 최적의 분쇄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어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고 떫은맛이나 떫은맛이 어디서 나오는지 등 추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때문 입니다."
그는 그라인더의 종류와 버의 정렬 방식이 추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코닉 EK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 추출에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Chahan은 분쇄 크기를 선택할 때 총 용존 고형물(TDS라고도 함)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하였다. TDS는 커피가 물에 얼마나 많이 녹아었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바리스타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필터 커피의 이상적인 TDS 측정치는 18%에서 22% 사이인 반면, 에스프레소의 경우 이보다 낮은 8%에서 12% 정도이다.
"제 경험상 에스프레소는 TDS가 약간 낮을수록 맛이 더 좋습니다."라고 Chanhan은 말한다. "TDS 수치가 높으면 에스프레소가 탁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한 단계 더 살펴보기
Chahan과 Scott은 스페셜티 커피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수집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분쇄도와 추출에 있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Scott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Cropster와 같은 로스팅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연관성이 있는지 매번 알 수는 없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데이터가 많을수록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커피 산업에 더 많은 혁신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커피를 아무리 거칠거나 혹은 곱게 분쇄하든 균일한 분쇄 크기가 제일 중요한 핵심요소라 강조한다. 에스프레소나 혹은 필터 커피를 만들 때 분쇄 크기가 균일하면 커피를 더 고르게 추출하여 커피 특성을 잘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어떤 추출 방법을 선택하든 커피를 분쇄하는데 옳고 그른 방법은 없다. 일부 바리스타와 커피숍은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하지만 다른 바리스타의 커피숍은 좀 더 색다른 분쇄도를 실험해 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컵에 담긴 커피 결과에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 커피 맛이 훌륭하다면 올바를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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