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특별한 맛의 시작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 (심재범 조원진 지음)
오랜만에 책을 읽으니 참 좋다.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재미있고, 읽는 과정에서 글쓴이의 노력이나 열정이 교감 되면 더욱 공감할 수 있어 좋다.
우연치 않게 연초 커피人이 되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직장을 다니게 되면 적응기를 거치게 되는데 생활의 패턴이 바뀌다 보니 책 읽는 즐거움은 잠시 내려놓게 되었었다. 시간이 없는 것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할까? 더구나 창궐한 코로나 역병을 피해 가지 못하다 보니 아직도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조금만 읽으면 눈이 제법 아파진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느 정도 적응기를 지나 회사의 프로토콜을 맞춰 가던 어느 날 점심, 대표님 앞으로 배달된 택배에 이 책이 함께 넣어져 있었고 여기에 우리 회사 내용이 한 줄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며 읽어보기를 권하였다. 에세이다 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식사 후 잠깐씩 읽고 있는데, 진도가 생각보다 나가지 못했었다. 안되겠다 싶어 현충일 연휴 앞둔 퇴근길에 가방에 집어넣고, 연휴 첫날 바로 완독! 서두에 이야기했던 몰입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더구나 눈도 아프지 않은 신기한 경험을..
책의 내용은 지은이의 커피인으로서의 경험과 체험을 담고 있다. 에스프레소가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커피 종주국(?)으로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 세계 각지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서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고,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가 커피에 미치는 영향과 이런 기계들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담아져 있다.생업이 따로 있으면서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다양한 이야기 - 전국 각지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다니며 그곳이 시작된 배경과 창업자의 노력, 느낀 생각과 맛 이야기 - 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고, 많은 독자들이 지은이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포함되어 있다. 불필요한 감정노동은 변해가는 소비자들의 감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새겨둘 만한다. 고유의 내러티브를 갖고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세상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설탕과 프림을 뺀 인스턴트커피만 마시고 그것이 전부였던 내게 새로운 세상으로 걷음을 내딛게 되었다. 이곳도 인생들의 삶이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커피를 사랑하고 애정과 열정으로 대하는 직원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은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지금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사족 하나. 양가 부모를 순서대로 봉양하느라 지친 아내를 위해 주말마다 소소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아내가 가끔 환한 웃음을 지을 때가 있는데,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은 또 다른 수확은 아내를 웃음 짓게 만들 곳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은 영등포로 갈지, 성수동으로 갈지 물어봐야겠다.
사이먼’s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