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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에 미네랄이 녹을까

커핑을 회차마다 비교하려면 물부터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같은 물"을 만들려고 하면 곧바로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어떤 가루는 저으면 그냥 사라지고, 어떤 가루는 아무리 저어도 바닥에 남습니다. 자연에서는 그 안 녹는다는 돌이 통째로 녹아 동굴이 됩니다.
같은 "녹는다"인데 서로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차이를 정리합니다.

1. 녹는다는 것은 물이 잡아 뜯는 것

소금 알갱이를 확대해 보면 플러스를 띤 알갱이와 마이너스를 띤 알갱이가 격자처럼 번갈아 붙어 있습니다. 서로 끌어당기고 있어서 단단합니다.
물 분자는 생김새가 비대칭이라 한쪽은 살짝 플러스, 반대쪽은 살짝 마이너스를 띱니다. 작은 자석 같은 셈입니다. 이 물 분자들이 소금 표면에 달라붙어 플러스 알갱이는 마이너스 쪽으로, 마이너스 알갱이는 플러스 쪽으로 잡아당깁니다. 여럿이 달라붙어 당기는 힘이 격자가 서로 붙어 있는 힘보다 커지는 순간, 알갱이 하나가 떨어져 나옵니다.
떨어져 나온 알갱이는 곧바로 물 분자에 둘러싸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다시 격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물속을 떠다닙니다. 이것이 녹은 상태입니다. 눈에 안 보이는 이유는 사라져서가 아니라, 알갱이 하나하나로 흩어져 물 분자 사이에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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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는다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게 흩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은 다시 알갱이로 나타납니다.

2. 그런데 어떤 것은 물이 잡아 뜯지 못한다

물의 힘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알갱이끼리 붙어 있는 힘이 너무 세면 물 분자가 아무리 달라붙어도 떼어내지 못합니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그렇습니다. 분필을 물에 넣고 하루를 저어도 분필로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자연이 쓰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물이 못 뜯으면, 화학적으로 성질을 바꿔버리면 됩니다.

3. 자연은 이산화탄소를 쓴다

빗방울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조금 머금습니다. 땅에 스며든 뒤에는 흙 속의 이산화탄소를 더 머금습니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나면 탄산이라는 약한 산이 됩니다. 탄산음료에서 톡 쏘는 맛을 내는 바로 그 물질입니다.
이 약한 산성 물이 땅속 석회암의 틈을 따라 흐르면서 탄산칼슘을 조금씩 녹입니다. 정확히는 녹인다기보다 탄산칼슘을 물에 잘 녹는 다른 형태(탄산수소칼슘)로 바꿔놓는 것입니다. 형태가 바뀌면 이제 물이 잡아 뜯을 수 있습니다.
이 일이 수만 년 이어지면 틈이 넓어져 동굴이 됩니다.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는 반대 일이 일어납니다. 물이 공기를 만나 이산화탄소를 잃으면 탄산수소칼슘은 다시 탄산칼슘으로 돌아가 굳습니다. 종유석과 석순이 그렇게 자랍니다. 녹인 것도 이산화탄소고, 도로 굳힌 것도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서입니다.
그렇게 칼슘과 마그네슘을 품고 흘러나온 물이 우리가 쓰는 지하수이고 생수입니다. 물의 경도는 그 물이 어떤 돌을 지나왔는지의 기록입니다.

4. 두 종류의 소금

이제 두 갈래가 정리됩니다.
그냥 녹는 것
산이 있어야 녹는 것
황산마그네슘(엡솜솔트), 소금, 구연산칼슘, 중탄산염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
녹는 방식
물 분자가 직접 잡아 뜯는다
탄산이 다른 형태로 바꾼 뒤에야 녹는다
속도
저으면 몇 분 안에 끝난다
자연에서는 수만 년, 실험실에서도 느리고 불완전하다
안정성
한 번 녹으면 그대로 있다
이산화탄소가 빠지면 다시 굳는다

5. 써드웨이브워터는 어느 쪽인가

시판 커피용 미네랄 스틱은 전부 왼쪽 칸을 씁니다. 써드웨이브워터의 성분은 세 가지이고, 프로파일에 따라 조합이 바뀝니다.
성분
하는 일
황산마그네슘
추출을 끌어내는 주역. 밝은 향미 화합물이 물로 넘어오게 돕는다
구연산칼슘
바디와 질감. 칼슘을 넣되 스케일이 되지 않는 형태로 넣는다
소금 또는 중탄산염
완충. 산미가 날카롭게 튀지 않게 잡아준다. 프로파일마다 여기가 바뀐다
설계 의도가 분명합니다. 탄산칼슘을 피하는 것입니다. 탄산칼슘은 가열하면 다시 굳는 성질이 있어 보일러에 스케일로 쌓입니다. 그래서 칼슘을 넣되 탄산이 아닌 구연산과 짝지어 넣습니다. 에스프레소용 프로파일에서 염화물(소금)을 빼고 중탄산염으로 바꾸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염화물은 보일러 부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
확인이 필요한 지점. 에스프레소 프로파일의 세 번째 성분이 자료마다 중탄산칼륨과 중탄산나트륨으로 엇갈립니다. 제조사 공식 문서에서도 표기가 일정하지 않아, 인용 전에 구매하신 스틱의 성분표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런데 구연산칼슘은 까다롭다

가용성 염이라고 다 편한 것은 아닙니다. 구연산칼슘은 25℃에서 물 100mL에 약 0.09g밖에 녹지 않습니다. 소금이 36g 녹는 것과 비교하면 400배 차이입니다.
게다가 온도가 오르면 오히려 덜 녹습니다. 대부분의 물질과 반대입니다. 실제로 구연산칼슘 사수화물의 용해도는 온도가 오를수록 떨어지고, 육수화물로 바뀌는 51.6℃를 넘어서야 다시 오릅니다.
현장에서 이게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진하게 타서 보관했다가 희석해 쓰는 방식이 안 됩니다. 구연산칼슘이 들어간 레시피는 쓸 만큼만, 그때그때,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에 만들어야 합니다. 따뜻한 물에 빨리 녹이려다 오히려 덜 녹는 일이 생깁니다.

6. 그래서 커핑용 물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RO수나 증류수에서 시작한다. 수돗물은 이미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상태라 기준점이 안 된다
가용성 염으로 조합한다. 황산마그네슘, 염화칼슘, 중탄산칼륨 조합이 다루기 쉽다
탄산수에 탄산칼슘을 녹이는 방식은 표준수로 부적합하다. 용해가 느리고 불완전하며, 다루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빠져 다시 굳고, 93℃ 커핑 온도에서는 역용해도 때문에 스케일이 생긴다
다만 진짜 중탄산 경도가 필요한 실험은 예외다. 중탄산 경도와 황산·염화물 경도의 차이를 비교하려면 근사치가 아니라 진짜를 써야 한다
구연산칼슘이 들어간 레시피는 농축 보관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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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만든 물 4종으로 같은 원두를 마셔봅니다. 알칼리도가 언더의 날카로운 산미를 눌러 감추는지, 반대로 떫음을 드러내는지가 질문입니다.

참고

카르스트 지형과 석회암 용해 과정 — 빗물이 이산화탄소와 만나 탄산이 되고, 방해석을 칼슘 이온과 중탄산 이온으로 바꾸는 반응
써드웨이브워터 공식 안내 — 프로파일별 성분 구성과 TDS·알칼리도 목표치
구연산칼슘의 수용액 용해도 연구(Food Chemistry, 2018) — 사수화물의 역용해도와 51.6℃ 전이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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