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월드 커피 로스팅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대표 정진재 로스터는 스트롱홀드 S9X 로스터기를 사용하며 디플루이드 옴니로 로스팅 프로파일을 수치화했습니다.
국내 대회에서 사용한 S8X 로스터기로 얻은 이상적인 커피의 색도값(홀빈 73.1, 그라운드 87.6)을 목표로 삼고, S9X의 열량 설정을 조절하며 4차례 로스팅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최종적으로 4차 시기에서 목표 색도값과 유사한 홀빈 73.8, 그라운드 87.7을 달성하며 원하는 맛과 향,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로스팅에서 색도값이 효과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WCRC 준비, 색도로 여는 새로운 접근: 디플루이드 옴니와 함께
안녕하세요. 2025년 한국 커피 로스팅 챔피언십 우승자이자 2025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월드 커피 로스팅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 로스터로 참가한 정진재입니다.
세계대회 준비를 위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 말까지 대회 공식 로스터인 스트롱홀드 S9X를 사용하면서, 디플루이드 옴니를 활용하여 로스트 프로파일을 수치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회를 준비하며 얻은 경험이 다른 로스터분들께 귀중한 통찰력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총 3부에 걸친 기고문으로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색도값을 단서로 찾아가는 로스터기 초기 열량 세팅”입니다.
색도값을 단서로 한 이상적인 프로파일 탐색
국내 대회에서, 예선 싱글 로스팅은 스트롱홀드 S7X, 결선 블렌드 로스팅은 S8X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대회에서는 싱글과 블렌드 모두 S9X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S9X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프로파일을 구현하려면 화력값(화력 세팅값)을 새로 파악해야 했습니다.
로스터기마다 최대 및 최소 배치 사이즈, 이상적인 배치 사이즈에 따라 배출 포인트, 로스팅 시간, DTR(Develop Time Ratio)이 달라지므로, 단순히 수치만으로는 원하는 관능 결과(sensory evaluation result)를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 색도값이 로스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공 방식마다 이상적인 포인트는 다르지만, 하나의 커피가 정해지면 프로파일 설계 과정에서 관능 지표와 물리적 색도값을 연결하여 디테일을 쉽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 대회 블렌딩 커피 중 하나인 Kenya Mbula(품종: Ruiru 11, SL28 & SL34, Batian, 가공: Washed)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S9X로 로스팅하기 전, 국내 대회에서 S8X로 이 커피의 이상적인 관능 결과를 가진 프로파일로 로스팅한 뒤 색도값을 측정했습니다.
목표 컵 프로파일과 색도·관능 특징 (S8X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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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빈 색도: 73.1 Ag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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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색도: 87.6 Ag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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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평가 결과: 시트러스, 견과류 아로마,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산미, 볶은 아몬드, 오렌지, 브라운 슈가의 플레이버, 미디엄 하이 강도의 단맛과 시러피한 질감
S9X 로스팅 테스트: 초기 열량과 색도의 관계
스트롱홀드 S9X는 열풍, 할로겐, 드럼 히터, 교반, 블로워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로스터기입니다. 주 화력은 열풍, 보조 화력은 할로겐을 사용하고, 드럼 히터, 교반, 블로워는 환경값으로 고정한 후 열풍과 할로겐 수치를 최대값부터 점진적으로 조정했습니다.
1차 로스팅: [핵심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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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 1분간 Soaking 후 열풍을 최대값 10에서 9로, 1차 크랙 이후 6으로, 할로겐은 8에서 7로 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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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시간: 5분 39초, 배출온도: 165.5°C, DT: 4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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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홀빈 82.7, 그라운드 108.4 (기준값보다 홀빈은 약 10, 그라운드는 약 20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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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평가 결과: Sweet Grain과 Greeny 아로마, 곡식계열에서 느껴지는 산미, Sweet Grain과 덜 볶인 견과류, Basmati rice 플레이버, 미디엄 로우 스윗니스, 라운드하고 다소 티라이크한 질감, 짧은 애프터 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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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가 결과: 위와 같은 관능 평가를 통해 저는 이번 로스팅을 언더디벨롭 로스팅으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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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필요 사항: 5분 39초라는 로스팅 타임이 상황에 따라 이상적일 수 있지만 열량값이 과도했고, 로스팅 시간이 짧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차 로스팅: [핵심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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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 Soak 진행 후 열풍은 최대 9에서 8로 시작하여 1차 크랙 이후 6으로, 할로겐은 8에서 7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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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시간: 6분 14초 (1차보다 45초 증가), 배출온도: 16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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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홀빈 76.8, 그라운드 94.5 (기준값 대비 홀빈은 약 3, 그라운드는 약 7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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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평가 결과: 옅은 시트러스와 덜 볶인 견과류 아로마, 모호한 시트러스 산미, 옅은 아몬드와 시트러스, 브라운 슈가 플레이버, 미디엄 로우 단맛, 따뜻할 때 스무스하지만, 식으면서 풀리는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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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가 결과: 이번 로스팅 또한 언더디벨롭은 벗어났지만 웰디벨롭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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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필요 사항: 열량값을 더 낮추어, 로스팅 시간을 늘려보기로 하였습니다.
3차 로스팅: [핵심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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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 열풍은 8.5에서 7.5로, 1차 크랙 이후 6으로 총 2회 조절, 할로겐은 7에서 6으로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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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시간: 6분 37초 (2차보다 23초 증가), 배출온도: 166°C, DT: 6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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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홀빈 74.7, 그라운드 92.8 (기준값 대비 홀빈은 약 1, 그라운드는 약 5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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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평가 결과: 시트러스와 견과류 아로마,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산미, 볶은 아몬드, 오렌지, 브라운 슈가 플레이버, 중간 정도의 단맛, 부드러운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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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가 결과: 1차, 2차보다 웰디벨롭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나, 기준점보다 플레이버가 단조롭고 단맛과 질감의 지속력이 짧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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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필요 사항: 후반부 램프업을 진행해 로스팅 시간을 소폭 늘리고 DTR 또한 늘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4차 로스팅: [핵심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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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 1차 크랙까지의 열량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1차 크랙 이후의 열량값만 조정하여 로스팅 시간을 소폭 늘리고 DTR을 증가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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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시간: 6분 41초 (3차보다 4초 증가), 배출온도: 166°C, DT: 66초(3차에 비해 5초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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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홀빈 73.8, 그라운드 87.7 (기준점과 거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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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평가 결과: 시트러스, 견과류, 브라운 슈가 아로마,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산미, 볶은 아몬드, 오렌지, 자몽, 브라운 슈가 플레이버, 미디움 하이 강도의 단맛, 시러피한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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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가 결과: 기준 로스팅에서 느꼈던 웰디벨롭의 아로마, 플레이버, 산미, 질감과 유사했습니다.
결론 – 색도는 사후 측정이 아니라 ‘사전 설계 도구’
다양한 로스터기와 환경에서 원하는 포인트를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이상적인 로스팅 시간, 열량, 관능 결과(sensory evaluation result)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색도값이 안정적인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색도값을 활용하여 더 맛있고, 의도한 로스팅 결과를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